오사카 아라노 교회는 현재 일본아가페선교회에서 같이 사역하고 있는 윤혜원 간사님의 소개로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 교회에 방문했을 때, 파란 간판에 적힌 성경구절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라는 요한복음 4장 14절 말씀이었다.
이곳에서 섬기시는 목사님은 젊은 시미즈 목사님으로 한국어에 매우 능통한 보기 드문 일본인이셨다. 알고 보니까 이미 한국의 총신대학교에서 신학과정을 다 마치시고 졸업 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사역을 하고 계신 분이셨다. 국내 사정과는 달리 복음화율 0.4%에 지나지 않는 일본 땅에서는 복음을 접하기도 어려운 실정인데, 하나님을 위한 사역을 위해 한국에 소재한 신학교에서 유학까지 하셨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평범한 경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 요청을 받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데,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날씨 문제가 가장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됐다. 화창한 날씨를 위해 계속 기도는 했으나, 막상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일날에는 비까지 주룩주룩 내려 날씨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포기 상태로 굳어져만 갔고 기분까지 우울했었다.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날 도와주시지 않는 구나” 싶어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하나님을 향해 원망하는 마음이 밑에서부터 올라왔다. 더 어이가 없었던 건, 예배시간이 다가오자 억수같은 비가 마치 쏟아붓듯이 내렸다. 장대비 소리에 더 이상 기도가 나오지 않았다. “아, 하나님…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저한테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이건 아니잖아요?” 하고 따지듯이 불평하였다.
그런데 시미즈 목사님으로 부터 뜻밖의 말씀을 전해 듣게 됐다. 오히려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내가 방문한 주일날 가장 많은 학생들이 주일예배에 참석했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중고등부 학생들이 비가 너무 많이 내리니까 어디 마땅히 놀러갈 데도 없고 해서 할 수 없이 교회로 왔다는 것이다. 몇 달만에 교회에 온 학생도 다른 게 아닌, 바로 비 때문에 왔다는 것이었다.
이곳 시미즈 목사님께서 청소년 사역을 주로 하시는데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아이들이 예배에 왔다”며 기뻐하셨다. 학생들 단체사진을 촬영했지만 아이들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교회 홈페이지에는 올리지 못했으나 기분은 좋았다. 주일예배 스케치 사진을 찍을 때는 좁은 실내를 최대한 밝고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촬영하려고 노력했다.
교회 앞에서 교인들 전체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비가 멈추고 오히려 햇빛까지 비치는 놀라운 일이 생겼다. 하나님의 섬세한 도움의 손길을 생생하게 체험하면서 우리의 모든 걸 주장하시는 전능의 하나님께 감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만을 보면서 좁은 생각으로 잠시나마 불평을 토해냈던 내 모습이 너무도 부끄럽고 죄송스럽기만 했다.
비 때문에 가장 많은 아이들이 교회로 향했고,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햇살까지 동원해가며 내 작은 사역을 도와주셨던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비를 이용해 여기저기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을 한 데로 모아주신 하나님, 내 작은 사역을 기뻐하시고 매번 현장마다 도와주시는 그 하나님의 사랑을 떠올리며 오늘도 내 마음에 다시 한 번 감사가 흐른다.


시미즈 목사님께서는 이곳에서 한국 선교사님을 통해 맨 처음 복음을 접하게 되셨고 어머니와 함께 교회를 다니시다가 결국 한국에 있는 신학교에 까지 들어가게 되셨다고 한다. 한국어가 서툰 상황에서 일본인의 신분으로 한국 대학생들과 전문적인 대학공부를 한다는 것도 힘든 일인데, 거기에 생소한 헬라어와 히브리어까지 공부를 해야 해서 그게 가장 힘드셨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나고 나서, 왜 하나님이 자기를 한국에서 신학을 하게 하셨는지 그 이유를 비로소 깨닫게 되셨다고 한다. 그것은 신학공부를 위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좋은 한국 크리스천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시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 시절에 맺은 인연을 통해 개척사역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셨다. 그 분들을 통해서 단기선교라든지 다양한 형태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며,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어렵고 힘든 개척사역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한국 크리스천 분들의 도움과 기도로 지금까지의 사역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를 위해 귀한 섬김의 손길을 펼치며 선교를 돕고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한국 크리스천들의 고귀한 삶이 하나님 앞에 향기로운 섬김의 제사로 올려드려지고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분들 덕분에 아직도 하나님께서 한국을 이토록 사랑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이번 방문을 통해 삶의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며 귀한 사역으로 헌신하고 계시는 시미즈 목사님을 알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